2024. 11. 30. 15:47ㆍ카테고리 없음
이사 첫날
박종득
아득히 닿은 낯선 공간
빛 바랜 기억들이 새롭게 열리고
손끝마다 설렘이 피어난다
바람은 창문 틈새로 다정히 머물며
낯선 공간을 새로이 불러주고
벽에 걸린 시계는 내일을 밁는다
손 때 묻은 물건들 마다
수많은 어제들이 낯설게 잠들고
그 위로 오늘의 햇살이 내려앉는다
몸은 피로에 쌓여도
마음은 커다란 나무가 되어
새로운 가지를 뻗는다
문득 스치는 불빛
환히 드리운 내일의 꿈들이다
그 빛은 미소 짓게 한다
첫날의 설렘을 안고
어둠 속 희망을 품은 채
또 다른 나와 손을 맞잡고
꿈을 두드린다
202411300328
_()_
......................................
면접관
박종득
탁자와 탁자 사이
말 없는 공기가 팽팽히 선을 긋는다
눈빛 속에 감춘 질문들
입술 끝에 머문 대답들이
현실과 이상 사이를 오간다
이방인의 마음엔 강이 흐르고
그 강은 고향의 이름을 품었으나
이곳에서 새로이 불릴 이름을 기다린다
면접관의 눈은 그 강을 읽으려 하며
한쪽에는 바람
다른 한쪽에는 물결
질문은 잔가지처럼 뻗어 나가고
그 끝마다 선택의 열매가 달린다
누군가는 달콤함을 입에 머금고
누군가는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
한 조각의 대지에 서 있는 두 존재
한쪽은 묻는다
땅을 갈아엎을 준비가 되었는가
한쪽은 답한다
새로운 숲을 이루겠다
바람은 어디로든 흐를 수 있지만
흐르지 않는 바람은 사라지고
강물은 길을 만들며 흘러야 하나
멈추면 웅덩이가 될 뿐이다
저 멀리 대지와 하늘이 닿는 곳
두 존재는 순간적으로 하나가 된다
질문도 대답도 대자연의 섭리 안에서
각자의 길을 선택할 뿐
현실은 잔인하게 명확하나
심장의 박동은 세계의 울림과 같다
묻고 대답하는 시간은 짧으나
그 안에는 우주의 섭리가 깃든다
경계의 담장 위에 부는 바람은
끝내 하나의 방향으로 선을 그리며
서로 다른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202411300337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