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 20240901 / 일요일

2024. 9. 1. 10:17카테고리 없음

기억에 이보다 더운 날이 없을 정도의 더위가 지나가고 있다

처서가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서야

새벽 기온이 25도에 주춤 거리고 있으니

올해 여름이야 말로 참으로 난감 그 자체였다

어제는 집안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하고 왔다

큰형님, 사촌형님, 그리고 조카들 셋

여섯명이 열심히 산소에 풀을 베고 옷은 땀에 흠씬 젖었지만

간단한 음식으로 제를 올리고

더 열심히 살겠으니

조상님들도 편안하게 잘 계시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 왔다

벌초가 무엇인지 한번 살펴보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벌초(伐草) 칠벌 풀초 사초(莎草)

무덤의 풀을 베어서 깨끗이 함.

  • 할아버지는 상전들 몰래 증조할아버지의 묘에 벌초를 하거나 성묘를 갈 때는 웅보만을 데리고 갔다. ≪문순태, 타오르는 강≫
  • 성묘를 하고 무덤에 벌초까지 끝내자 아버지와 우리 오누이들은 싸 가지고 온 과일과 떡과 달걀을 나누어 먹기도 했다. ≪김원일, 어둠의 혼≫

성묘(省墓)살필성 무덤묘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서 돌봄. 또는 그런 일. 주로 설, 추석, 한식에 한다. ≒간산, 배묘, 성추, 전묘, 전성, 참묘.

  • 한식을 맞아 성묘를 갔다.
  • 자랏골 사람들의 명절은 성묘 오는 산주들 뒷바라지에 항상 남의 추석이고 남의 설이었다. ≪송기숙, 자랏골의 비가≫

산소(山所)뫼산 바소

「1」 ‘’를 높여 이르는 말.

  • 한식에는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를 한다.
  • 나는 우산을 받쳐 들고 읍 근처의 산에 있는 어머니의 산소로 갔다. ≪김승옥, 무진 기행≫
  • 산소 가까이 올라갔더니, 웬 시골 아저씨 한 분이 먼저 와서 벌초를 하고 있었다. ≪손창섭, 낙서족≫

「2」 뫼가 있는 곳. ≒묘소, , 영역, 영토.

  • 나도 조상의 산소를 팔아먹은 데에는 분개하고 있는 터이다. ≪염상섭, 만세전≫

뫼 : 송장이나 유골을 땅에 묻어 놓은 곳. 흙으로 둥글게 쌓아 올리기도 하고 돌로 평평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대개 묘석을 세워 누구의 것인지 표시한다. ≒구묘, 구분, 구총, 만년유택, 묘지, 분묘, 분영, 유택, 총묘.

묘지(墓地)무덤묘 땅지

「1」 송장이나 유골을 땅에 묻어 놓은 곳. 흙으로 둥글게 쌓아 올리기도 하고 돌로 평평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대개 묘석을 세워 누구의 것인지 표시한다. =무덤.

  • 묘지를 이장하다.
  • 그는 손전등을 나직하게 비춰서 풀이 무성한 묘지 하나를 골라잡았다. ≪이상문, 황색인≫
  • 이 산자락이 끝나는 곳에 그녀의 묘지가 있었다. ≪홍성암, 큰물로 가는 큰 고기≫

「2」 무덤이 있는 땅. 또는 무덤을 만들기 위해 국가의 허가를 받은 구역. ≒총지.

  • 묘지에 매장하다.
  • 묘지 둘레에 나무를 심었다.

무덤 ; 송장이나 유골을 땅에 묻어 놓은 곳. 흙으로 둥글게 쌓아 올리기도 하고 돌로 평평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대개 묘석을 세워 누구의 것인지 표시한다. ≒구묘, 구분, 구총, 만년유택, 묘지, 분묘, 분영, 유택, 총묘.

  • 무덤에 묻히다.
  • 무덤 속으로 들어가다.
  • 그는 추석을 맞아 아버지의 무덤에 벌초를 하러 갔다.

‘무덤’은 ‘묻다’에 ‘-엄’이 결합한 말이지만 ‘묻엄’으로 적지 않고 ‘무덤’으로 적는다. 이는 어간에 ‘-이’나 ‘-음’ 이외의 모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서 다른 품사로 바뀐 것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는 규정(한글 맞춤법 제19항)에 따른 것이다.

어원

· 무덤<석상>←묻-+-엄

관용구/속담

관용구무덤을 파다

파멸을 자초하다.

· 우리는 스스로 폐쇄적인 인간관계라는 무덤을 파고 있지 않나?

벌초는 추석을 앞두고 무덤 주위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베어 깨끗하게 정리 하는 것을 말한다

성묘는 한식, 추석, 설 등 기념적 날에

산소나 묘지를 찾아 돌보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제 무덤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임금의 능이나 오래된 종갓집, 대가 등의 묘지를 제외하고는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제사 문화와 벌초 같은 문화도

기억과 역사의 뒤안길로

하나 둘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 갈 것이다

왜 그럴까

옛날에는 인간의 지적 수준이 낮아

조상신들에게 뭔가 잘 되게 해달라 빌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인간의 수준이 높아서

신에게 빌어가지고는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하나둘 사라져 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조상을 무시하거나 몰라도 된다는 뜻이 전혀 아니다

신과 조상과 장례문화와 묘지와 제사를 바르게 알고

그에 맞게 살면된다

그러나 거의 십중팔구가 남들이 묘지를 파 화장을 하고 없애니

우리도 한다는 식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제사도 한집 두집 귀찮다는 뜻으로 모으고 줄이고 하다가

이제 기일에 지내는 제사도 명절 차례도 지내지 않고

조상에 대하 까많게 잊어가고 있다

그게 잘하는 것일까

절대 잘하는것이 아니다

조상이 있기에 우리가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조상의 얼을 되살려 살아야 하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버리기는 쉬워도 뭔가 하나를 만들기는 참으로 어렵다

농사지는 기술이나 학문도 배우기는 어려워도

그것을 하지 않고 살면 그것을 버린 것이나 같다

자신이 걸어 온 인생 길목에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이

하나 둘 폐기처분 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다 글로 새겨 놓을 수도 없는 일이니

그저 안타깝다

다시는 인간의 육신을 쓰고 오지 못할 지구촌

영원 속에 오직 영혼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을 일들

대자연이 언젠가 소멸하게 되면

우리들의 기억들도 모두 사라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