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9. 12:04ㆍ카테고리 없음
아내가 1박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다음날
아침 운동을 다녀와 밥을 챙겨 먹으려고 하는데
작은 딸은 일어날 기미조차 없으니 뭔가 챙겨 먹으려고 하는
생각이 싹 사라져 동네를 한 바퀴 도는데
영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동네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영업 중이란 푯말을 먼저 보고
구포 천국 수라는 간판을 내건 국숫집을 찾았다
자주 다니는 길이 도로 건너편이라
한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못 가봤는데
오늘은 일요일이라 문을 연 식당이 거의 없어
먹을 만한 곳을 찾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부산 구포는 촌이 아닌데 왜 천국 수라 할까
옛날에는 시골이었으니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뜻을 담기 위해
이름표를 그렇게 달았을까
국수를 가져오면 한번 물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주문한 국수가 나올 동안 가게를 눈으로 한번 훑어보다가
식탁 한편에 세워놓은 작은 글이 눈에 띄었다
구포 천국 수라는 것은
부산 남포동에서 22년 동안 엄청난 인기를 누린
국숫집의 간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조용히 입을 닫았다
10여 분이 지나
양념장, 깍두기, 육수가 따로 나오고 국수에 고명을 얹어 나왔다
보통 남자들은 곱빼기를 먹어야 한다는 주인의 말을 따라
곱빼기를 시켰는데 양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먼저 비빔국수처럼 먹다가 국물을 부어 먹으면 된다고 알려 주어
그래도 먹었는데 그런대로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엄청 맛이 있다는 생각보다
그냥 떨어지는 맛은 아니다 싶을 정도라고나 할까
입에 길들 여지 맛은
늘 먹어오고 있는 집 국수 보다 나은 것은 없다는 것을
오늘 다시 한번 확인을 하였다
경남 창원 인근에 주로 판매되고 있는 국수는
근래는 구포국수와 밀양 수산국 수다
수십 년 전 어린 시절에는 상남 장터 한편에 국수를 마느라
국수발에 엄청난 량의 국수를 늘어 말리는 것을 자주 보곤 했다
당시는 교통이 불편하고 운송 수단이 만만치 않아
거의 지역에서 수급이 되고 있었는데
세월이 흘러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작은 규모의 국수 업체들은
타산이 맞지 않아 하나 둘 문을 닫고
이제는 구포국수와 밀양 수산 국수가 대세를 이루고
그 이외는 인터넷이나 마트 등에서 유통되는 국수를 이용하고 있다
밀양 수산 시장에서 직접 국수를 구매하기도 하고
부산 구포국수를 배달해 먹기도 하였으나
이제는 맛이 그게 그것인 것 같아
특별히 찾을 까닭이 없어진 것 같다
세상은 생각과 다르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많이 변해간다
먹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과 뭔가를 보고 판단하는 관점도
크게 바뀌어 가고 있다
답이 없는 세상을 산다는 것이
참으로 갑갑하고 답답하다
그렇다고 누구가 이것이 답이라고 이야기해줄 사람도
거의 없으니 참으로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소위 배울 만큼 배우고 알만큼 안다는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급 자리에 있는 자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들을 맹목적으로 쫓아다니며 동조하고 있는 사람들은
또 뭐라 풀어야 되는지 참으로 난감하다
총체적 난국에 이렇게 글이나 적고
머리 숙이고 계속 공부만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일까
각종 모임이나 단체
그리고 이웃과 가까이 보이는 사회
그리고 나라와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촌의 현실들이
정말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
불평불만을 긁어모아 세력으로 만들고
그것을 자기 기득권의 방패로 만들어 불법의 합법화가 난무하는
세상을 바라보고 살자니 참으로 억장이 무너진다
하느님도 부처님도 조상들도 세상의 모든 신들도
다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지구촌이 석기시대로 되돌아가
모든 인류가 도로아미타불을 염호 해야 하는가
참 안타까운 일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