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아카시아 / 20240505 / 일요일
2024. 5. 5. 07:15ㆍ카테고리 없음
밤
초림
저녁이 어둠을 내걸면
바람은 숨죽여 날개를 접고
나뭇잎은 눈을 감는다
별들이 살며시 내려와
어깨에 기대면
깨알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달빛이 어둠을 베어 물쯤이면
모두 연어처럼 집을 향한다
시키지 않아도
하루가 다하면
하늘과 땅은 페이지를 넘긴다
오늘을 덮고
내일을 그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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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초림
창원천 들입에 우두커니 서서
흐르는 물 오가는 학생들의
내일을 헤아리고 있다
연록의 봄이 끝나고
노란 송홧가루가 신호등에 쌓이면
화들짝 놀라 쏟아내는 아카시아향기
물따라 흐르다가
코로 눈으로 가슴으로 젖어든다
하루가 저물고 바람마저 잠들면
울컥거리며 달려드는 단내
생각은 어제로 간다
입이 궁한 아이
하얀 송아리 하나 들고
하나씩 하나씩 따서 입에 넣는다
설탕도 사탕도 본적이 없다
미소가 번진다
물 따라 바람 따라 향
칠십 줄 언저리에 몸살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