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농사 / 20240427 / 토요일

2024. 4. 27. 06:36카테고리 없음

쓰레기를 치운 빈터에 모종을 사와 심는다

일반고추, 청양초, 오이, 오박, 가지, 방울토마토, 깻잎, 백합

집게 등등 한박스를 사왔다

농사 짓는 사람들이 보면 우스운 수량이지만

나의 포기가 그들이 100포기와 같다

운동을 갔다 와서 일복으로 갈아 입고 삿갓도 쓰고

다듬어 놓은 고랑에 오손도손 잘 지내게 심어 봐야지

지지대도 세우고 집게로 고정도 하고 물도 주고 퇴비도 주고

한포기를 키우나 백포기를 키우나 일손은 똑 같이 든다

자식이 많아야 계획적으로 키우고

자식 하나 둘 있다고 이리저리 키우는 것이 아닌 것과 비슷하다

깻잎은 한줄(10포기)에 1000원이고 백합은 한뿌리가 3000원이다

자라서 결실을 맺기도 전인 손톱만한 모종에서부터 차이가 엄청나다

저마다의 소질대로 자라서 제 값을 아면 되는 것이다

깻잎은 깻잎대로의 소중함이 있다

고기나 쌈을 싸먹을 때 백합이 깻잎을 대신 할 수 없다

그러나 화분에 몇송이의 꽃이 달리면 그긋은 그 꽃만큼의 가치가 따로 있다

그래서 백합은 백합대로의 소중함이 있다

말로 글로 농사 짓는 것이야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몇포기 갖다 싶어 놓고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진딧물이 붙으면 퇴치를 해 줘야 하는데

핀셋으로 일일이 한마리씩 잡을 수는 없고

에프킬라를 뿌리면 식물이 다 죽고 푸성귀를 먹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농약을 뿌리지도 못한다

식초와 먹다 남은 김빠지 소주를 섞어 조금씩 뿌려주면

영양도 되고 벌레 퇴치도 되고 그렇다

그런데 그 농도가 짙으면 벌레만 죽는 것이 아니라 작물도 안녕한다

너무 옅으면 벌레가 웃는다

참 어렵다

운동장이 부른다

후닥 운동부터 갔다 와야 작물을 옮겨 심든지

뭘하든지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