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다 / 20240414 / 일요일

2024. 4. 14. 06:57카테고리 없음

올망졸망 매달린 보랏빛 라일락이

하얗게 익어가는 춘삼월 들입에는

여름이 똬리를 틀어 봄을 깔고 앉았다

춘래불사춘이 돌씹은 얼굴을 하고

바람과 황사라는 봄샘을 바삐 치룬다

열받아 돌아서 가는 봄이 못내 설웁다

잃어버린 생각을 줍고 있는 이들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가는 봄의 등짝이다

AI 꽃들에 밀려 꽃집 구석으로 밀려나

외로이 시들어 가는 개량종 1세대가

벌써 늙은이 취급을 받는 베이비부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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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래 가삿말에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늙어가는 이도 있고 익어가는 이도 있고

늙지도 익지도 아니한 이도 있다

세상엔 78억이라는 인구가 살고 있는데

태어나 보지도 못하고 사라져간 영혼도 있고

안타깝게도 어릴 때 떠난 이들도 있고

중간에 하차를 한 이들도 수없이 많다

간절히 살고 싶어도 어쩌지 못해 가는 이들도

멀쩡한데도 살기를 포기한 이들도 부지기수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 갔다면

익어간 사람들이 제 구실을 했다면 즉 왜 일찍 가야 했을까를

공부하고 연구하여 안타까운 이들을 이끌어 주었다면

그들은 가지 않고 지금도 우리들과 함께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은 모두가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어서

병이 날 정도로 살고 있다

그런데 저마다의 소질과 저마다 할 일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자신이 자신의 일을 할 때 가장 기분이 좋고 살맛이 나는 것인데

그것을 알고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사주팔자 대로 사는 것이 옳고 바른 길인가

체질 대로 사는 것이 옳고 바른 길인가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사는 것이 옳고 바른 길인가

어느 도인이나 종교지도자가 그렇다 하면 그대로 살면 바른 길인가

아쉽게도 이것을 아는 자는 아직 아무도 없다

인간의 영혼이 인간의 육신을 덮어쓰고 태어나는 것은

자신의 것을 찾아 할 일을 하고 가기 위해 왔는데

그것을 알고 살다 가는 이가

아직 한사람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알 수 있을까

아직 수없이 헤매며 다녔는데 아쉽게도

근방에도 못간 것 같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찾고 찾다가 가야지

그래야 혹 다음 생이 있다면

이어서 찾으면 훨씬 편할테니까 말이다

운동장이 부르는 시간이 되어

나가 봐야 겠다

오늘도 함께 하신분들

건강과 발전과 평온을

그리고 고마움과 감사함과 덕분을 나누고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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